1월은 이상한 달입니다.
새로 시작한다기에는 13월 같고 한 해가 안 끝났다기에는 1월인... 물론 누군가는 새로운 날들을 시작하고 있겠죠.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비법을 묻고 싶습니다.
할 일을 하고 12월 31일이 끝난 다음 날을 새해라고 부르면, 그러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인지 저는 알고 싶습니다. 왜 누군가는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새로움과 새롭지 않음을 선으로 갈라 나눌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도요. 일 년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시작의 기준을 협의해서 1월 1일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면 사회적으로만 그 의미를 지키고 나의 첫 시작은 거기서 두 뼘 정도 벗어난 오월이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1월을 보냈습니다.
여러분은 새해가 되어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기는 날마다 쓰는 것이지만(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고려대한국어대사전 모두 일기의 뜻풀이에 '날마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루의 기록을 드문드문 남기는 것을 일기라고 칭하겠습니다.
얼마나 가끔씩 쓰냐고 하면 이번 달 일기는 네 번 썼습니다. 주기週記라고 하기에는 주기週期가 일주일 정도일 뿐이고 일기를 쓴 하루치의 일을 기록했으므로 역시 일기가 맞는 표현입니다. 1월 3일의 일기를 공유해 볼게요.
작년부터 수면 패턴이 바뀌어서 정신이 안 차려진다
이를테면 새벽 5시 잠듦-오전 11시 기상-밥 먹고 1시쯤 다시 수면-오후 4시 기상 이런 식이다
저녁엔 당연히 잠이 안 올 수밖에
언제부터인지 일이 잘못 돌아가면 바로잡는 게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이 틀어지게 둬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수면패턴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꾸준한 기록¹이 그 습성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머쓱할 만큼 때때로 기록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기쁜 마음입니다.
여름방학 숙제로 적어가는 일기에는 한 번도 진실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없거든요.
급하게 몰아서 쓰거나 안 써 버리거나... 선생님들 입장에선 정말 안타까운 학생이죠.
그럴 때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용인가?', '누가 꾸준히 기록해 오기는 하나?' 싶었는데 아마 누군가는 꾸준한 기록을 가져왔을 거예요. 그 친구들은 여름방학의 기억으로 꾸준한 기록을 몸의 습관처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은 이런 의도로 저희에게 숙제를 내 준 것 같아요.
너희 살아가는 내내 기록을 해라. 너희를 과거에 빠지지 않게 해 줄 것이며 어느 방향으로든 걸어갈 때의 지침이 되어 줄 것이며 하다 못해 손가락 근육이라도 단련시켜줄 테니...
한 해 동안 성실히 기록해 보고 손가락 근육이 단단해지는지 아닌지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